★[작전동 맛집 리얼 후기] 오전 10시, 조용히 즐긴 ‘이학갈비’ 녹차돼지갈비 한 상★

고기부터 냉면까지 조화롭고 단정한 한 끼의 완성

고깃집은 늘 저녁의 풍경으로 떠오르지만,
이 날은 조금 다르게 시작해봤습니다.
오전 10시, 아직은 조용한 거리에 위치한 작전동 ‘이학갈비’.
북적이지 않는 시간에, 묵묵히 고기와 마주한 그 한 끼는 생각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른 시간, 고요함 속 정성스럽게 시작된 식사

매장 문을 열자마자 맞이한 건
기름기 하나 없이 닦인 테이블과 따뜻한 인사.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손길이
묘하게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들었어요.

붐비지 않아서 좋았고,
조용해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날의 선택은 녹차돼지목심왕갈비.
도톰하게 썰린 목심 부위는
은은한 양념에 숙성된 윤기와 균형 잡힌 고기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직원분이 직접 고기를 정성스럽게 구워주신다는 점.
겉은 노릇하게, 속은 촉촉하게—
딱 먹기 좋은 상태로 익혀주시니
고기 굽는 스트레스 없이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녹차가 은은하게 남기는 향긋한 여운,
고기의 고소한 감칠맛,
그리고 기름지지 않은 담백한 마무리감.
정제된 고기 맛이 이렇구나 싶었어요.

이학갈비의 반찬은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고기를 중심으로, 입맛을 정리해주는 역할에 충실한 구성.

상추 & 고추
채소는 싱싱했고, 고추는 아삭하고 맵기 적당해
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조합.
샐러드 (간장 드레싱)
드레싱이 강하지 않아
채소 본연의 식감과 단맛이 은근히 살아났고,
고기 사이사이 입안을 깔끔하게 리셋해주는 맛.
양파절임
간장 베이스에 달큼하게 절여진 얇은 양파.
고기 위에 살짝 얹으면 풍미가 한층 더 살아나는 조화가 좋았어요.
사라다
부드러운 감자와 고소한 마요네즈가 어우러져
자극 없이 편안하게 입안을 채워주는 정감 있는 맛.
가오리무침
쫄깃한 가오리살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깔끔하게 배어 있어
고기 사이사이에 먹기 좋은 구성.
의외로 식사의 중심을 정리해주는 포인트 반찬이었습니다.

가오리무침

쫄깃한 가오리살 사이사이,
은근히 씹히는 오독오독한 뼈 식감.
그게 바로 내가 가오리무침을 좋아하는 이유다.

매콤달콤하게 잘 배인 양념은 입맛을 살려주고,
가끔씩 씹히는 뼈는 오히려 식감의 재미를 더해준다.
마치 단조로운 식사 속에서 찾아낸 작은 놀라움처럼.

고기 사이사이에 곁들이면
느끼함은 잡아주고, 입 안은 다시 깔끔하게 정돈된다.
한 입, 두 입...
별생각 없이 먹다 보면
어느새 젓가락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에겐 이 가오리무침이
소박하지만 결코 빠질 수 없는 한 접시의 행복이다.

식사를 마친 뒤 주문한 함흥식 비빔냉면은
6,000원의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한 젓가락에 입안이 정리되고,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
후식이라기보다, 식사의 두 번째 피날레 같았어요.

이학갈비는 그저 고기를 먹는 식당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마음 한 켠에 고이 남아 있는 장소입니다.

생전에 아버지께서 참 좋아하셨던 곳.
갈비 한 점을 드시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셨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벌써 2010년, 아버지가 떠나신 지 오래지만
이곳을 찾을 때마다 그 따뜻한 식탁의 풍경이 조용히 되살아납니다.

불판 위 고기 지글거리는 소리,
잘 익은 고기를 식구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시던 손길,
그리고 말없이도 따뜻했던 그 시간들.

이학갈비는
시간을 잠시 멈춰 아버지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조용한 장소이자,
지금도 제 안의 그리움을 조용히 안아주는 고마운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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